사단법인 민족음악원

“최고의 문화상품은 민족문화서 나와” -(문화일보 퍼옴) 조회수 : 2,347, 2008-02-17 15:24:14
민족음악원
<김승현의 文化데이트>
“최고의 문화상품은 민족문화서 나와”

내달 6·7일 사물놀이 탄생 30주년 공연 김덕수·이광수·최종실·남기문씨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

  

“하늘보고 별을 따고, 땅을 보고 농사짓고
올해도 대풍이요, 내년에도 풍년일세

달아달아 밝은 달아, 대낮같이 밝은 달아
어둠속에 불빛이, 우리네들 비춰주네.”

1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지하1층 사단법인 사물놀이한울림 사무실. 오는 3월6, 7일 세종문화대극장에서 사물놀이 탄생 30주년 기념공연(1577 ~ 5266)을 여는 김덕수(56·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교수), 이광수(56·대불대 전통연희학과장), 최종실(54·중앙대 교수), 그리고 1986년 작고한 김용배를 대신해 남기문(50·국립국악원 민속단 지도위원)씨 등 ‘원조’ 사물놀이팀을 어렵게 한 자리에 모셨다.

사진만 찍기 위해 잠깐 포즈를 취해달라고 했는데 ‘프로’는 역시 ‘프로’였다. 양복 상의를 벗고 앉아 꽹과리, 장구, 북, 징 등 사물을 들고 소리를 고르다가 득달같이 사물놀이 가운데 가장 흥겨운 ‘별달거리’를 펼치는 데 보는 이들의 손, 발,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록콘서트에서 흔히 보는 헤드뱅잉(head banging)에 흥겨운 랩으로 풀어 끌어올리는 신명이 정말 대단하다. 눈빛 만으로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 스스로 들고 나오는 게 마치 부처가 꽃을 들었더니 가섭만 그 뜻을 알고 빙그레 웃었다는 ‘염화시중미소(拈華示衆微笑)’를 생각나게 한다.

사찰에서 법고(法鼓), 운판(雲板), 목어(木魚)에 범종(梵鐘)을 합쳐 불전사물(佛殿四物)이라고 한다. 법고는 땅(地)을, 목어는 물(水)을, 범종은 불(火)을, 그리고 운판은 바람(風)을 각각 상징하고, 또 법고는 육지중생, 목어는 어류중생, 범종은 지옥중생, 운판은 허공중생을 제도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우리 사물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광수(이하 이)=“우리 민족은 단군 할아버지의 본원사상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하늘 믿고, 땅을 믿고, 조상을 믿으며 자연신을 섬기고 살아왔다. 사물은 이런 본원사상에 입각한 자연발생적 악기다.

가장 높은 음의 꽹과리는 천둥번개의 소리다. 북은 땅, 구름신의 소리다. 고음과 중음이 함께 있는 장구는 꽹과리를 도와 시간과 공간을 표현한다. 비의 소리, 우사(雨師)라고 할 수 있다. 징은 전체 음의 가운데로 이 모든 소리를 감싸안는 풍사(風師), 바람을 뜻한다. 4가지 악기이지만 장구가 2가지 음을 내므로 5가지로 천지음양 오행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굿거리 한 장단은 징을 쳐 시작, 1년을 열어 열두고개(마당)를 넘어가는 데 이것이 1년 열두 달이다. 징이 1년을 나누고 북이 춘하추동 4계절, 장구가 열두 달, 꽹과리가 365일을 나눠간다. 길군악 있지 않은가? 느리게 시작해 마지막에 36박(자)으로 끝나는데 그게 36계 아닌가.”

늘 그렇지만 한국 최고의 비나리 명인으로 꼽히는 이씨의 말은 조리 정연하면서도 시니컬한 맛이 있다.

김덕수(이하 김)=“한국 고래의 수리학의 결과다. 모든 숫자가 1,3,5,7,9로 나가고 9에 대해서는 배수가 나오지 않는가. 최고 빠른 박수가 36박이다. 음양오행에 따른 우리 호흡의 결과이고, 그게 박자의 근본이다. 사물은 그런 전통에서 부터 나왔다.

단군시대이래 제천의식에 쓰여졌고, 싸울 때는 군사지휘에, 농사 두레에는 협동심을 고취해 신명으로 일하게 하기 위해, 사람이 죽으면 장례에 쓰였다. 옛날에는 풍장(風葬)친다고 했다. 요즘은 풍물이라고 많이 말하는 데 그것은 1980년대 이후 대학에서 나온 말이고 원래는 풍장이다.”

풍장은 티베트 등 아시아 일부지역에서 시신을 방치, 뼈와 살이 나뉜 다음에야 뼈를 수습, 장례하는 용어다.

이=“경상도에서 귀신을 때린다고 해서 ‘매귀’라고도 했다.”

김=“사투리가 다른 것처럼 같은 사물이지만 지방마다 박자가 다 다르다. 말이 있기 전에 두드림이 먼저 있지 않았겠는가.”

최종실(이하 최)=“두드림을 통해서 삶이 형성됐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불교에서는 목탁치며 염불하지 않는가. 무속도 두드림으로 전개되고, 민속도 지신밟기로 출발한다. 그런 두드림의 역사가 대한민국의 역사다. 이 조그만 나라에서 36가지 타악기가 만들어졌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두드림은 우리 민족과 함께 행해져 지방마다 말 다르듯이 리듬이 다 다르다.”

이=“희로애락을 함께 했지. 이것 빠지면 대한민국 전통놀이, 음악이 안된다. 사물은 신명이며 혼의 예술이다. 남자들이 모여 하는 것이 남사당이고, 솟대쟁이같이 여자들만 모인 것이 여사당이요, 나라를 위해 하면 국사당이다. 무(巫)의 본 뜻이 무엇인가. 하늘과 땅(二)을 이어주는(ㅣ) 사람들(人 人) 아닌가.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일제가 천박한 미신으로 만들어버렸다.”

김=“일제 이전이다. 이조 때 숭유억불정책이 되면서다. 삼국시대 화랑 같은 것이 바로 무당, 당골네로 최고의 엘리트, 예인집단을 가리킨다. 그런데 어느날 이상해져 산으로 숨고, 배척받게 됐다. 먹고살기 위한 방편으로 이조 때 팔천 가운데서도 가장 천한 최악의 상태에 이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임꺽정’ ‘장길산’ 같은 소설에서 남사당을 왜곡, 현재 국민의 의식을 아주 왜곡했다. 이조 말 보부상과 함께 사발통문을 돌렸던 것이 남사당이다. 보부상과 단짝인 남사당들은 난장을 트는 등 지속적으로 이벤트를 벌였다. 만주에까지 가서 난장을 트기도 했다.”

이들은 대부분 남사당들의 후손이다. 이들은 사물놀이가 30년이 아니라고 했다. 아버지가 50년 해오던 것을 그들이 20년 해오다가 함께 모여 하기 시작한 지 30년이란 것이다. 그러니 현재 이들이 하는 사물은 30년이 아니라 100년이라는 게 정확할 지 모르겠다. 더욱이 단군할아버지 때부터 사물이 함께 했다는 이들의 주장을 수용할 경우 사물놀이의 역사는 5000년으로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물놀이의 도리질이나 사설 등이 현대의 첨단 록뮤지션의 헤드뱅잉이나 랩에 못지 않다.

김=“우리 장단의 풍부함이나 기운은 록보다 훨씬 더하다. 요즘 유행하는 비보이, 그거 남사당 살판이 원조다. 요즘 최고의 문화상품은 다 민족문화에서 나온다. 삼바, 탱고, 레게, 재즈, 힙합 그런 것이 다 다른 민족의 신명 아닌가. 우리도 우리 것에서 세계적 문화상품을 만들 수 있다. 요즘 세계 대중문화의 기반은 흑인문화, 흑인기질이다. 서양 클래식이 하향곡선을 그리는 게 다 흑백의 문화싸움에서 흑이 이기고 있는 것이다. 이제 곧 우리 차례가 온다. 리듬 싸움에서 한국이 아시아 최고다. 중국, 일본, 몽고 어디에도 이런 신명나는 리듬은 없다.”

그런 훌륭한 리듬을 갖고 선풍을 일으킨 것이 1978년이다. 그런데 왜 헤어졌는지 모르겠다. 성공하면 갈라서는 그룹과 같은 것인가.

이=“1992년 말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소수민족 페스티벌서 금상을 받고 헤어지기로 했다. 너무 오래 붙어 있었던 것 같다. 물도 오래 고이면 썩지 않는가. 잠시 헤어져 연구한 후 다시 만나자고 했다. 물론 ‘국악의 해’ 등 중간중간에 만나 함께 하기도 했다.”

헤어져서 학교쪽으로 많이 간 것 같다. 현장에서 배운 음악이 학교에서 어느 정도 정립이 됐는가.

김=“1982년부터 어떤 대학 국악과에서 강의했는데 그 때 내가 장구 북 등을 가르쳤는데 강좌 이름이 ‘특수타악기’였다. 참 어이가 없었다. 음악의 기본이 무엇인가. 장단이 기본이다. 박자를 모르고 어떻게 연주를, 작곡을 하겠는가. 그런 상황은 당시에 비하면 많이 고쳐졌지만 아직도 고칠 것이 많다.”

그래도 민속음악, 국악인에 대한 사회적 대우는 과거보다 낫지 않은가.

김=“그렇지도 않다. 과거 우리는 마당의 스타였다. 마당만 벌이면 밥과 돈을 줬다. 관객들이 집에 가져갈 차비만 남겨두고 우리에게 모두 줄 정도였다. 절대적으로는 늘었을지 모르지만 상대적으로 비교해보면 그때가 더 사람들로 부터 인정도 받고 풍족했다. 더욱 문제는 기초예술, 특히 국악의 기반이 뿌리 뽑히고 있다는 것이다. 국악을 배워 해 먹을 게 없다. 춥고 배고픈데 누가 하겠는가. 정통성이 있는 기초 국악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한국의 미래는 없다는 본다.”

남기문씨는 왜 말이 없는가.

남=“사물뿐 아니다. 문제는 내부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도 만들어진다. 그것을 지금 선배들이 모두 말했다. 내가 보탤 게 없다. 선배는 하늘이고 선생님은 하늘 위에 계시는 분으로 배웠고, 그렇게 알고 있다. 선배, 선생님은 곧 법이고, 거짓말을 해도 진짜로 믿었다. 그런데 열에 하나를 가르쳤나 모르겠다. 하나를 열심히 배워 아홉을 깨우쳤다. 절대 안가르쳐줬다. 지금은 열에 아홉을 가르쳐줘도 하나를 못 만든다. 그게 아쉽다. 또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사이의 존경과 사랑, 예의, 그런 인간적인 부분이 없어지는 게 아쉽다.”

징 연주자 답게 분위기를 감싸는 편안한 말로 음악에 있어 진짜 중요한 하모니, 믿음에 대해서 말을 하는 것 같다. 선배들의 말이 곧 그의 말이다. 그는 이후 2시간 가량 계속된 인터뷰에서 거의 듣기만 했다.

‘원조’가 해체(?)되니 ‘사이비’가 무성하다는 말도 들린다.

최=“30주년 사물놀이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각각 흩어져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다해오는 동안 정통성이 허물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번 공연은 30주년을 맞아 원년 멤버들이 그런 역할을 해보고자 모였다는 의미도 있다.”

이=“어느 국가든지 민족문화가 살아있는 나라가 선진국이 된다. 스스로에 자부심이 없이 어떻게 남을 이끌어 가겠는가. 백범 김구 선생님이 가장 갖고 싶었던 것이 군사력이 아니라 바로 문화의 힘 아닌가. 그런 문화적 자부심이 없어져 숭례문이 불에 타 무너진 것이 아닌가. 숭례문이 무너질 때는 정말 억장이 무너져 눈물을 줄줄 흘렸다. 너무 쉽게 내줘버리고 말았다. 이번 공연을 통해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다. 정통은 신명을 끄집어 내는 것도 뭔가 다르구나하는 것을 보여주겠다. 이 공연이 뒷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되게 신명을 다하겠다.”


■사물놀이 약사
▲1978년 서울 종로구 계동 공간사랑에서 김덕수, 이광수, 최종실, 김용배(1986년 작고. 이후 남기문씨가 참가)씨 등 남사당패 후예 4명 전통과 현대의 접목을 시도. 민속학자 심우성 ‘사물놀이’라고 명명
▲1982년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세계타악인대회(PASIC) 참가, ‘사물놀이’ 세계에 소개
▲1984년 캐나다 토론토 세계타악연주축제 ‘슈퍼커션(SUPERCUSSION)’과 ‘월드 드럼 페스티벌’에 참가해 세계적 인정
▲1991년까지 전세계 100여개국에서 600회 이상 공연
▲1992년 발전적 해산
▲1994년 ‘국악의 해’ 기념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사물노리안(samulnorian)-사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신조어 실려.

김승현 문화부장 hyeon@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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