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민족음악원

울트라 마라토너의 어느 외출 조회수 : 1,876, 2009-03-13 07:31:47
박복진 홈페이지홈페이지

울트라 마라토너의 어느 외출,

안녕하십니까
춘포
박 복진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내한테 한 말씀 들어도 싸지요. 당신 지금 나랑 쉬려고 가는 거에요?
아니면 당신 좋아하는 뜀박질 하러 가는 거에요?  뭔 놈의 뜀박질 짐만 그렇게 잔뜩
한 보따리에요?  그래서 이 말씀 들으며 수긍하는 척 뜀박질 옷 몇 가지는 시늉으로
내려놓고 차를 발진시킵니다.

거의 일 년 여 만에 아내랑 하는 외출입니다. 충남 예산의 덕산 온천에 가서 한 이틀
쉬고 오자는 아내의 생각은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동안은 참으로 길고
긴 지난 겨울이었습니다. 오는 봄 기다릴 수 없어 조금이라도 밑으로 봄 마중가자는
것이지요. 뭐 싫다고 할 아무런 이유가 없지요.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느끼는 것은,
아, 이제 정말로 봄이로구나!  뜀박질 계절이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길게 뻗은 농로나 잘 포장된, 그러면서도 차량의 왕래가 많지 않은 시골 길.
침 질질 흘리며 고단한 우마차를 끄는 소가, 시퍼렇게 웃자란 보리풀을 곁눈질하듯,
남행으로 차를 몰고 가는 나의 눈은 곧게 뻗은 시골 지방도로나 잘 닦여진 농로로 자꾸만
눈이 돌아갔습니다.  아서라, 이 양반아... 뭐 혀? 앞 쳐다보고 운전이나 하세요 !

덕산에 도착, 온천의 노천탕에서 혼자 물 자맥질을 몇 번 하니 이것도 흥이 나지 않았
습니다. 위를 보니 꾸불꾸불 빠른 유속으로 미끄럼질 보트타기가 있었습니다. 타 볼 요량
으로 꼭대기에 올라가 순번을 기다리는데 안전요원이 묻습디다.  아버님 연세가 얼마나
되요? 뭐, 연세라고까지... 얼마라고 하니 그 젊은 친구가 그러더군요.  그럼 못 타십니다.
왜요?  아버님 연세되시는 한 분이 조금 전 타다가 어지럽다고 구토하고 의무실로 실려
갔습니다...  아, 니미럴 ! 그러니까 내가 뭐라고 했는가? 뛰는 데 나이 제한 두는 곳
보았는가?  그냥 뜀박질하면 될 것을 뭐하려고 물속으로 날 데려와서 이 창피를 다 주는가?

물속을 나와 인근 가볼만한 곳 안내 지도를 보니, 추사고택이 보입니다.  옳거니 이곳이나
가보자.  언젠가 일요일 한낮  뉴스 시작 전 이곳 영상이 멀리서 잡아 가깝게 땡기는 초점
방식으로 길게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참 인상 깊게 본 적이 있었지요. 추사 고택을
찾아가는 데 참 쉽습디다.  아내가 뭐라고 똑똑 누르니 차량의 지도 안내가 저절로 나오는
데 이것 참, 내가 지금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니까요... 바보 멍충이라도 이 기계만 있으면
어디든지  찾아갈 수 있다니까요.. 이게 만화 세상이지 어디 사람 세상인가?
아서라, 이 양반아 지금 뭐 혀? 앞에 신호등 있잖아, 서야지, 서!

조그만 시골길, 주위에 아무도 없는 매우 한적한 신호등에서 멋쩍게 긴 빨간 신호를 기다
리는데 아, 바로 옆에 조그만 입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읽히기를, 민족음악원...
아, 저게 그것인갑다. 사물놀이 김덕수 패의 창단 멤버인 우리나라 꽹가리와 비나리의 달인
이광수 선생님이 사재로 고향에 초등학교 폐교를 인수해서 후학을 위해 우리 민족 음악인
사물을 가르치시고 있는 그곳인갑다!  내가 우찌우찌해서 망육에 사물에 입문, 요즈음 장구
두둘겨 패대기에 흠씬 빠져있는 데 , 우와 ! 여기 이곳에서 그 분을 만날 수 있다니....
추사 고택을 서둘러 구경하고, 급히 차를 몰아 길 안내 표지를 따라 구불구불 동네 안 쪽
길을 따라 들어갔습니다. 그야말로 폐교 냄새가 물씬 나는 초등학교이었습니다. 무슨 지붕
공사를 하는지 작으마한 학교 건물은 온통 공사를 위한 발디딤 파이프인 비계로 뒤덮혀 있
었습니다.

아무도 없네요.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기웃기웃 학교 건물을 한바퀴 돌아가다가 나이
많으신 할머님을 뵙고 말을 걸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광수님의 장모님 되시는 분이셨고,
저의 우리 것에 대한 진지함을 알아차리시고 저를 교무실 ( 지금은 집무실 ) 에 계시는
사모님한테 안내를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사모님은 무척 쾌활하신 분이셨습니다. 우리 것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나와 아내의 마음을
담박에 휘잡으셨습니다.  당신의 남편되시는 존경하는 이 광수님은 광주로 강의 나가셔서
안 계셨으나 대신 사모님께서 나의 사물에 관한 갈증을 차근차근 잘 풀어주셨습니다.

아, 이런 것입니다.
제가 말 주변이 없어서 표현을 잘 못해서 그렇지, 예를 들면, 차를 전세 내어 유럽 어느
나라 시골길을 여행하다가 우연히 현존하는 금세기 최고의 음악가를 만난 서양음악 전공
학생의 심정도 그럴 것입니다.  아니, 저의 경우는 이 보다 더 진한 감동이었습니다.

예인 이 광수님.  1957 년에 남사당패에 입문해서 쌓은 내공으로 1980 년 대한민국 사물
놀이 창단, 그 때부터 우리나라 민족음악은 새로 씌여지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대한민국
선남선녀들이 앞을 다투며 사물을 배우기 시작했고, 런던에서, 뉴욕에서, 리우데자네이루
에서 세계인은 열광하며 기립해서 치는 박수 위에 감동의 눈물을 떨어뜨렸습니다.

저는 요즈음, 새벽마다 나가는 뜀질에 꼭 MP3 재생기를 귀에 꽂고 다닙니다.  신선한 새벽
을 달리면서 사물 우리가락을 듣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 느낀 것이 있습니다.  우리 가락
우리 사물은 어느 날 누가 작곡한 게 아닙니다.  수 백 년을 이어오며 우리 조상이, 우리
의 형제 자매가 산천초목을 바라보며 흥얼거렸던 바로 그 흥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토양,
우리 환경에서 자생된, 이름하여 들꽃들의 미소 그리고 그것들의 향이 아니겠습니까?

아름다운 우리 조국 강산의 조그만 강줄기 따라, 구비, 구비 산모퉁이 돌아 달음박질을
하다보면 제 몸속에서 우리 가락, 우리 사물이 저절로 콩당거리고 있음을, 그래서 나도
몰래 어깨춤이 절로 나며 입이 헤벌어짐을 나는 느낍니다.

그래서 이렇게 우리 것 우리 사물을 지금껏 가꾸고 키워 오신, 존경하신 여러분들께, 후학
의 예로써 한 치의 주저 없이 존경의 거수경례를 바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나는 가만히
외치는 것입니다

나는 내 몸 속에 우리 가락, 우리 사물이 있는 자랑스러운 대한인입니다 !

춘포
박 복진
( faab  마라톤화 대표 )

+++

이 글은 제가 몸담고 있는 마라톤 싸이트에 올린 글입니다.  민족음악원 님들과 같이 읽고싶습니다 ...
댓글댓글 : 4 인쇄 추천 목록
2009-03-13 14:16:30  
박복진님! 집사람이 마라톤만하는것이 아니고 글도 쓰신다더니 소질이 다분하십니다 그려. 우연한 연으로 만났지만 글로 자주 만날수있어 반가운 마음에 인사드립니다. 원장님은 목포에서(현재 목포에있는 대불대 전통연희학과 학과장님이세요.)어제 오셨고 내일은 알래스카로 공연을 가십니다. 그야말로 알래스카는 무척 춥다는데 고생스런 일정이 되실거예요. 원장님께 복진님 말씀드렸더니 허허 웃으시네요. 글로나마 자주 만나요. 집사람께도 안부전하시구요. 우리 모두가 사물이있는 자랑스런 대한인으로 거듭나길 축원합니다.풍물천하!!! 세계평화!!!
박복진 2009-03-16 15:23:30  
사모님 감사합니다. 언젠가는 다시 내려가서 인사 다시 드릴 날이 있을 걸로 믿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춘포
박 복진 드림
2009-03-17 14:01:59  
3월 29일(일)은 월말캠프후 종로에 위치한 서울학습당 재개관식이 오후 5시경 있을 예정입니다. 참고하시구요. 다음 캠프는 4월18일(토)~19일(일)에 열립니다~ 전주 울트라 마라톤도 화이팅하시기 바랍니다^^
박복진 2009-03-17 17:37:06  
친애하는 이무양님, 감사합니다. 시간을 만들어 보겠습니다만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면 방문을 위해 님의 손전화 번호를 가르켜 주실 수 있는지요. 제 번호는 011-727-8541 입니다. 가능하시면 문자 부탁드립니다....춘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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