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민족음악원

사모님, 감사합니다 조회수 : 2,076, 2009-03-10 19:25:15
박복진 홈페이지홈페이지

존경하는 사모님,

서울에 돌아 오자마자 벼락같이 빠르게 인사 글을 올린다고 별렸지만
생업에 쫒기어 이제서야 인사 글을 올립니다.

지난 일요일,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옛 성현의 말씀데로 ,
추사 고택을 찾아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민족음악원 입간판을보고
다자고짜 찾아갔던 울트라 마라톤을 한다고 소개 올린 박복진입니다.
제 아내 김영희랑 같이 들렸었지요.

말씀드린데로
저는 풍물을 배우겠다고 이제 궁채와 열채를 겨우 구분하고 있는 햇병아리입니다
그러나 풍물을 배우겠다는 열정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크고 질긴 사람이지요

제가 어떻게해서 풍물을 배우겠다고 입문하게 되었는지가 비교적 소상하게 나타난
지난 정월 대보름 날의 제 글을 여기 소개해 드림으로써 우선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종종 이 게시판에 들러 존경하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배워가겠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책상 위에 써 놓으셨던
제가 좋아하는 서산대사의 글을 보고
아, 정말로 훌룡하신 분이시고나, 라고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되었습니다

눈 덮힌 광야를 함부로 걷지마라
내 간 길 나중에 그 누구가 그 발자국 따라 걸어오리니.....


++++

++***

나는 찌질이 울보 마라토너,

안녕하십니까
춘포
박복진입니다.

내 사랑 대한민국, 조국 강산 한반도 이남을 가장 길게 대각선으로 질러가는 한반도
종단 무박, 무지원 울트라 마라톤 622km를 달릴 때,
눈썹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수시로 괴롭히는 졸음인 수마와, 덕지덕지 발가락 부상과
쓰리고 아린 사타구니 쓸림과 허기, 무시무시한 탈진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이 대회에서
탈락될지 모른다는 눈앞의 냉엄한 현실.

이런 것들 때문에 내가 울음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를 울게 만든 것은, 그런 극한 상황에 처해지자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났고, 다시
계신다면 더 잘해드릴 수 있을 것인데 이제는 하늘과 땅이 뒤집혀진다 해도 그럴 수는
없을 것이라는 허무와 절망 때문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남들은 눈물 한 방울없이
잘도 뛰어 가는 데 나는 그렇게 캄캄한 주로에서 꺼이! 꺼이! 목놓아 울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80 년대 초,
나는 고단한 외국 장기 출장을 끝내고 귀국행 대한항공을 탔습니다.
그 때 기내 비디오에서 처음으로 김덕수 사물놀이 공연 녹화물을 보았습니다.
그냥 울었습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통로 옆자리 나이 많은 서양 부인은 보던 책을 읽지 못하고 나만 걱정스레 바라보았습니다.
왜 울었을까요?  아, 저분은 우리 것, 우리 고유의 것이면서 마치 남의 것인 양 쏟아내는
온갖 멸시와 천대를 다 이겨내고 지금껏 배우고 익히며 간직해왔구나!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 조국은, 우리나라 우리 것은 무엇인가?  
나는 이 물음에 대한 나 자신으로부터의 속 시원한 해답이 없어 울었습니다.
신발 무역을 한다고 오대양 육대주를 쏘다니느랴 받았던 설움, 나와 내 민족의 정체성이
가여워 그냥 디립다 퍼질러 울었습니다.

우리나라 것들은 다 그거고 뭐 별것 없다고 스스로를 비하하고 외국 것을 찾는 사람들,
그네들이 돈 받고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무엇인가?  즈덜 고유, 즉 우리로 치면 우리의
사물같은 것이 아닌가? 그것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유지 발전시키며
오늘을 먹고 사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우리 것이라면 사정없이 깎아내리는 자기
본을 망각하는 어리석은 현실. 깽깽이 바이올린 켜는 데는 4, 5 만원씩 내고 가도 국악
공연에는 4,000.- 원, 아니 공짜라고해도 안 가는 사람들.  재미가 없어서 안 간다고요?
여보슈들, 외국 사람들 즈네들도 마찬가지랍니다.  재미가 없지만 애정으로 간답디다.
즈덜꺼니까, 계승 발전시켜야하니까, 후손들도 알아야하니까 간답디다.

역시 오래 전에 영국에 가서 체류 중, 거래처 사무실에 아침 일찍 들러 상담을 준비할 때
이었습니다.  상담 회의실로 찻잔을 날라주던 나이 지긋한 한 여성분이 갑자기 저의 팔을
한 번 꼬집고 두 번 탁! 탁!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라 웃으면서 왜 그러냐고 물으니
자기 나라에서는 매월 첫 날 아침에는 이렇게 해서 잡귀를 쫓아내는 무습이 있다는 것이
었습니다.  전 세계를 지배했던 대 영국 제국에 이런 무습이 지금껏 있다니 놀라웠습니다.

김덕수 사물공연 녹화물을 처음 접하고 나도 우리나라 고유 그 무엇 한 가지를 해서
내 민족의 자긍심을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은 지 이십여 년이 지난 작년에 드디어 작심을
하고 사물을 배우러 다녔습니다. 믿어주세요. 다른 생각 없었습니다.  그저 우리나라 고유
그 무엇 하나라도 배워서 내 나라, 내 민족의 정체를 잇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일 년,
참으로 열심히 익혀 이제는 아직 무대에서 하는 정식 공연만 아니라면 남 뒤를 쫓아다니며
분위기를 맞추는 동네 장구 수준은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맞은 지난 일요일의
정월 대보름 지신밟기 행사에 저도 풍물팀 뒤꽁무니를 따라다니게 되었습니다.

많이 흥분되었습니다.
전 날 밤, 준비한 치복 (풍물 공연복)을 방바닥에 깔아놓고 오른 손으로는 연신 턱쪼가리
를 만지작거리며 생애 처음으로 하게 될 내일 지신밟기 행사장에서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지난 일 년, 가락을 익히려고 화장실에 앉을 때도 뒤로 돌아앉아 손으로
양변기 물 저수조를 좌, 우 손으로 번갈아가며 두드렸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찌질이 못난이, 그러자 괜스레 코가 몇 번 씰룩거려지더니 눈가가 벌게지고 눈
이슬이 엷게 맺혀졌습니다.  

“ 쥔장 ! 쥔장 !  문 열어, 복들어 강께, 문 열어 !! ”

라는 고함을 지르며 우리는 남의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괭가리, 징, 장고, 북소리
요란하게 천지가 들썩이게 두드리며 들어갑니다. 덩,덩, 쿵따쿵 !! 가죽이 터져나가도록
북채와 열채를 두드리며 들어갑니다. 그러면서 덕담을 합니다. “ 이 집이 누구집이냐?
아무개의 집이다. 올 한 해 액운일랑 다 떨쿠고 물묻은 바가지에 깨알 달라붙듯, 시커먼
가마솥에 늘어진 조청 달라붙듯, 이쁜 처녀에게 동네 총각들 달라붙듯 복이 찰싹 !! 달라
붙으라고 덕담을 합니다. 그러면서 마당의 지신을 작신, 작신 밟아줍니다.

정월 대보름이었던 지지난 주말 나는 이런 무습 행사로 가가호호를 방문하며 하루 왼종일
을 보냈습니다. 아, 얼마나 기쁘던지요.  우리 풍습을 유지 발전, 계승시키는 데 나도
일조를 하게 된 것입니다.  복장을 다 갖춘 그럴듯한 풍물꾼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또 눈물이 나더이다.  모자란 복에 그날, 그날을 벌어먹고 사는 재래시장 밑바닥
서민들, 민초들, 그들은 지나가는 우리 풍물꾼의 옷소매를 잡아끌며 복을 빌어 달라
청하는 데, 가장자리가 문드러진 나무 탁자 위에 노오란 양은 주전자 막걸리 몇 잔과
막김치 몇 조각을 차려놓고 우리를 맞아주는 데 그저 눈물이 나더이다.

돌아가는 세상 언저리에서 목소리 한 번 크게 내지 못하고, 그렇지만 이 나라 이 민족의
착한 백성, 지금껏 부대끼며 잡초처럼 끈질기게 살아온 마디 굵은 손가락을 보니 눈물이
나더이다.

건네주는 탁주를 일배하며 가지런하지 않게 삐딱하니 갈라진 나무젓가락을 들어 막김치
한 조각을 입속에 넣는데 눈물이 나더이다.  내 나라 , 내 백성들...  영문도 모르고
모다덜 세계가 불황이라니까 나도 당연히 불황인갑다 체념하고, 그렇지만 어떻게든 나라가
잘되게 복을 빌어달라는, 지신을 잘근잘근 밟아달라고 탁주 일배를 더 권하시는 재래시장
그 상인, 금속 보철 이빨 사이로 짓는 미소를 보니 눈물이 또 나더이다.
찌질이 못난 울보 마라토너의 눈에 또 눈물이 나더이다.

춘포
박 복진
( faab  마라톤화 대표 )

++++

존경하는 사모님,
그 날 제 명함이 없어서 못 드리고 왔지요
바로 우편으로 보내드릴 제 명함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신발 전문가. 마라톤 수필기고가, 보스톤 마라토너
대한민국 울트라 마라톤 그랜드슬래머 ( 횡단 308km, 종단 537km, 종단 622km

박 복진
www.ohmyshoe.com  대표
011-727-8541


감사합니다



댓글댓글 : 4 인쇄 추천 목록
2009-03-11 15:02:21  
박복진님! 반가웠습니다. 이토록 우리것의 소중함과 또 사랑을 주시니 국악인의 가족으로써 자부심이 더욱 생기네요. 열심히 공부하셔서 훌륭한 풍물인으로 거듭나시길 기원합니다..다음에 이곳에 오실때면 학교 지붕도 다 올려질거예요. 5월 31일은 민족음악원 예산학습당 개원 10주년이랍니다. 집사람이랑 바람쏘이러 오세요. 좋은 공연도, 맛있는 먹거리도 있을꺼예요. 좋은인연 소중히 이어갑시다. 풍물천하 세계평화!!!
2009-03-11 22:17:15  
박복진님! 울보 마라토너, 인생마라톤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합니다~ 당장 뵙고 또 일배 청하고 싶네요~가능하시면
3월말 캠프 28일(토)~29(일)에 그 기회를 주심은 어떨런지요?^^
박복진 2009-03-12 07:20:05  
존경하는 사모님, 이 무앙님, 고맙습니다. 서툰 글로 인사나 대신되었는지도 몰라 오늘 아침 이곳에 들어오니 고마우신 말씀으로 저를 환영해주셨네요. 네, 3 월 28/29 일에는 전주에서 벌어지는 전주 울트러 마라톤 100km 대회에 출전 할 예정이기에 참석이 곤란하고요, (혹시 15 시간 마라톤 완주 후 제 육체에 에너지가 남아 있으면 귀경길에 시간을 내 보겠습니다... ) 5 월 말일에는 특별한 날이니 계획을 잡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춘포 박 복진 드림
2009-03-17 13:55:21  
3월 29일(일)은 월말캠프후 종로에 위치한 서울학습당 재개관식이 오후 5시경 있을 예정입니다. 참고하시구요. 다음 캠프는 4월18일(토)~19일(일)에 열립니다~ 전주 울트라 마라톤도 화이팅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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