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민족음악원

생애 최고의 휴가 조회수 : 1,852, 2010-08-09 09:59:39
박복진 홈페이지홈페이지


K 시인에게 보내는 2010년 여름 편지,
- 생애 최고의 휴가 그리고 새벽 달리기 -

K 시인아,

지금 보아서는 씨름선수 손바닥보다 더 작은 내 고향 시골 초가집 앞마루에
다섯 살인가, 여섯 살인가인 내가 잠들어 있었다. 저녁상 보리밥 한그릇에
여름 한나절 물장구 개구쟁이 배때기가 들숨, 날숨 따라 뽈록 뽈록,
머얼리 만경강 다리 지나 전주로 가는 밤기차 화통 증기 소리와 두 박자 처져서
짝을 이루고자 하였다.

곤하게 잠든 그 어린 것을 물것으로부터 지키려고
삼베 속치마를 무릎 위로 말아 올린 내 엄마는 가장자리 다 닳아 너덜너덜한
중간치 연꽃 잎사귀만한 부채를 흔들며 연신 내 뽈록배 위를 좌우로 움직이고 계셨다.
자식 배때기에 여섯 번, 그리고 어쩌다 걷어 올린 당신 맨 다리에 한 번,
그것도 내가 움찔하면 당신 쪽 부채질은 그냥 건너뛰었다.
엄마는 누구의 신호 따라 그러는 것 같이 그러나 홀로 정확하게 부채질을 하고 계셨다.
오래 오래 아주 오래 오래 늦은 밤을 그러고 계셨다.

은하수 밤하늘 깊어가는 여름 밤,
쏟아지는 잠에 쪽진 엄마의 머리가 꺾어 올린 당신 무릎팍 위를 콩! 하고 몇 번째
달구질을 하셨다. 푹푹 찌는 성하 여름 날씨, 들일에서 이미 녹초가 되셨을 엄마는
무거운 눈꺼풀을 초인적인 모성으로 들어 올리시며 당신의 어린 아들을 위해 모기에게
무언의 일갈을 하셨다. 이 넘들아, 내가 이러고 밤이라도 새울터인즉, 너희는 내 자식에게
달겨들 생각 말거라, 내 자식의 곤한 잠을 방해 말고, 썩 물러가거라 !

K 시인아,

나는 큰 선생님이신 예인 이광수 선생님의 충남 예산 소재 민족 음악원에서
삼도 설장고반 수강생으로 다섯 밤하고 반나절인 5 박 6일 동안
내 생애 가장 행복한 휴가를 보내고 어제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8 시간, 요새 표현으로 정말 빡세게 장고 교습을 받고 돌아왔지만,
사물 햇병아리인 내가 엿새가 아니라 앞으로 육십년을 더 교육받아도 제대로 된 궁채,
열채 소리 하나 낼 수 있을까 말까?? 내가 확신하고 얻어온 것은 이 의구심뿐이다.

그러나 더 확실하게 얻어온 것이 있다. 그래서 지금 말 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는 게
있다. 내 어릴 적 엄마의 무한 사랑, 모기 부채질 사랑을 큰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다.
큰 선생님은 장고를, 아니 우리 민족 음악을 그 혼을 배우러 온 나를 포함 90 여 명
후학들에게 그런 사랑을 베풀어 주셨다.

부귀와 공명의 유혹 서울 생활을 비교적 이른 나이에 뒤로하고서 고향인 예산의
초등학교 폐교를 터 삼아 이곳에서 후학들을 길러오신지 10년이 넘으셨다는 큰 선생님
예인 이광수 선생님은 아마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았다. 폐교된 초등학교이니 전국
각지에서 온 수강생들은 얼마나 불편할건가? 더구나 이번 수강생 중에는 일본에서 온
큰 무리를 포함, 미국, 캐나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유럽의 벨기에서 까지 이역만리
원거리마다않고 우리 소리를 찾아 온 현대 문명의 수혜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불편을
덜어주시려고 단 일 초도 쉬지 않으시고 우리를 보살펴 주셨다.

큰 선생님께서 일구어놓으신 지금의 민족 음악원이 먹고, 자고 공부하는 데 조금의
불편이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이었지만 큰 선생님의 생각은 아직도 모자람 일색인 듯,
퍼 주고 퍼 주고 그리고 또 퍼 주시려고만 하셨다.

시골 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파리를 사랑하는 당신 후학들로부터 격리시켜주시려고
종일토록  손에는 파리채를 잡고 계셨다. 식사 시간에는 직접 국자를 들고 배식 순서를
기다리는 우리들 국그릇을 채워주셨고, 소복한 밥그릇에 김을 얹혀주시며, 담기는
밥그릇, 국그릇을 바라보는 당신의 후학들 얼굴을 살피고 다소 모자란 듯한 얼굴이면
예외 없이 더 퍼 주셨다. 메뉴에 올라온 시골의 맛깔스런 특이 반찬은 주저없이 더
먹어보라고 말씀하셨다.

가락은 이렇게 치는 것이다, 라는 말씀을 나는 한 번도 큰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들은 바
없으나, 우리 혼, 우리 것을 지켜야 된다! 라는 말씀은 합숙 기간 내내 여러 번 들었다.
그리고 큰 선생님 당신 풍채에서 이 말씀이 저절로 풍겨 나오고 있었다.

K 시인아,

그 분은 정말 행복하신 분이셨다.  지금까지의 매 초 매 분을 한 가지에 몰입하고
살아오신 정말 멋진 분이셨다. 그리고 그 정점을 이루시고 또 그것을 아낌없이 후학들
에게 일깨워주시는 분이셨다. 그것도 우리 것 우리 혼에 큰 무게를 둔, 우리가 처한
소위 세계화된 험한 세상에 꼭 간직하고 살아야할 중심을 우리들 가슴 한가운데에
콕! 찍어주셨다.

황감하게도 큰 선생님은 매일 밤 10시 까지 계속되는 강습이 끝나고, 나의 가슴속 한
귀탱이 허함을 알아차리시고 작으마한 주석에 나를 불러주셨다. 내리 3일 밤을 그렇게
해 주셨다. 당신 옆자리에 나를 오라 하시고 사람의 참 멋이 무엇인지, 쌓아 놓은 재물
보다, 얻어 챙긴 권세보다 우리 내면에 무엇이 먼저 자리 잡아야 되는지를 몸소 보여
주셨다.

바로 그 것이었다.

25 여 년 전, 고단한 해외 출장 귀국길, 태평양 상공을 날으는 대한항공 기내에서
기내 비디오를 통해 처음 보았던 사물놀이 공연 녹화 장면, 나의 내장을 송두리째 잡아
뒤흔들며 진한 감동으로 나를 그 즉석에서 감전시킨 우리의 혼, 우리의 것, 우리 가락,
그러나 온갖 멸시와 하대를 받아 숨도 못 쉬고 지내오던 것,  아, 그것이 용케도 지금까지
버텨주었고나!   뭇 천대로 질식해서 죽기 일보 직전에 다시 살아주었고나 ! 라는 생각으로
나로 하여금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게 만든 바로 그 것, 우리 사물놀이.
나는 그 비디오를 보고 울고 또 울었다. 죄송스러움에 울고, 감격에 겨워 울고 그리고
고마워서 울고 또 울었다.

K  시인아,

그리고 지난 주, 나는 그 때의 그 큰 선생님으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 또 울었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우리 것 우리 혼이 담긴 사물가락이 좋아 울고 또 울었다
어김없이 이어지는 다음 날 아침의 나의 새벽 달리기...... 양막리, 하포리, 고덕 등등으로
이어지는 예당평야 일원을  달리면서 그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하였으나 그 게 쉬 되지
않았다. 그렇게 가라않지 않는 흥분으로 보낸 지난 주 5 박 6 일의 사물가락 합숙훈련,
그리고 무공해 청정 예당 평야의 새벽 달리기....

먼 훗날, 나는 나의 손자에게, 내 무릎에 앉힌 손자에게  이렇게 말하려한다.
아가야, 2010년 여름을 나는 충남 예산 양막리에서 보냈단다.
민족음악원에서 사물가락을 배우며 보냈단다.  
큰 선생님인 예인 이광수 선생님과 함께 보냈단다

그것은 내 생애 최고의 휴가이며 새벽 달리기였단다.

춘포
박 복진

+++++


존경하는 사모님,
그저 고맙다는 말씀이외에는 제가 드릴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진심으로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사물 설장고반 선배 고수 동학  여러분,
학습 지진아인 제가 여러분들께 많은 폐를 끼쳤습니다
그저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마지막 날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와서 거듭 죄송합니다

학습 기간동안 저에게 큰 가르침을 주신 김연수 선생님,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또 기억하며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내공이 쌓여야 선생님이 말씀하신 궁지러궁이 나오는지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가는 곳 까지 한 번 가보겠습니다

남자숙소 선배 고수 동학 여러분,
매일 새벽마다 달리기 나가기 위해 두시럭 떨며
여러분의 새벽잠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사랑스런 종혁아,
나랑같이 4km 새벽 달리기 하며 나누었던 이야기,
잘 간직해서 훌룡하게 되어 멋진 사람 될꺼지?

Dear Ms. Nys Violette,
What a wonderful day it was !
It was in fact truly awesome to know of you at the academy and
days were all never forgettable.  I am wishing you all the best and let us
keep in touch, my dear, you very pretty young brave lady.


감사합니다

춘포
박복진
















댓글댓글 : 4 인쇄 추천 목록
안종혁 2010-08-09 17:36:36  
민족음악원에서 4km 마라톤을 같이했었을때 나누었던 이야기... 정말 제 인생의 디딤돌이 되었던것같았습니다.
박복진 선생님을 만나게된건 부모님,선생님 ,다음으로 큰 축복이였던것같습니다.. 훌륭하신분이랑 같은 설장고반, 밥도 같이 하게되어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faab 의 멋진 뜻이담겨진 메이커를 널리알려..더욱더욱 훌륭해지셨으면합니다. 언제나 박복진 선생님을 존경하는 사랑스러운 장구선배 종혁이가^^
주재영 2010-08-10 12:40:36  
문화(文化)가 살아야 국가(國家)가 산다!

우리 것이 좋은 것’ 이라는 소중함이 지구촌
모두의 소중함으로 자리매김 될 때 우리 국민모두

긍지와 자존심은 더욱 드높아 질것입니다.............

만나뵙게 되어 정말 받가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두손모아 빔니다....
편도성 2010-08-10 18:22:40  
삼복염천에 민족음악, 민족의 혼을 깨우쳐 주신 스승님께 먼저 머리숙여 인사올립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민족음악원을 가꾸시는 사모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저는 삼도괭과리반에서 수학한 寶聲 편도성입니다. 한결같이 마라톤을 즐기시던 모습이 좋았습니다. 누구나 밝은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시던 모습이 좋았습니다. 이렇듯 아름다운 글을 남겨주시니 고맙습니다.

벽성 이광수선생님께서 저에게 一切維心造라는 글을 하사하시면서 그렇듯 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싹이나고 열매를 맺을때,

역사는 전승되고,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이 사물놀이에 마음이 향하였으니
그 사물놀이의 창대해짐은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거듭나고 더욱 커질 것입니다.

박복진 선생님을 뵌것이 저에겐 많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멋진 삶을 계속 보여주시길 기원합니다.

일본에서 벨기에, 우리나라 각 지방에서 오신분들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삼도꽹과리 반에 함께하신 분들 고맙습니다.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3동 자택에서 보성 편도성 올림
꼬마샘^^* 2010-08-10 22:36:02  
ㅎㅎ.. 함께 한 일주일 무척 빠르게 지나 간 것 같습니다.
안녕히 돌아가셔서 열심히 현 생활에 임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함께 한 시간 쌤이 계셔서 더욱 즐거운 시간이 었습니다.
주소와 연락처는 홈에 공지해 놓는다 했는데 저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일주일 현 자리를 비웠더니 나름대로 할 일이 많내요..ㅎㅎ
인연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또 만나뵐 날이 있으리라 생각 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모두 모두 잘되시길 기원드립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수 날짜
650  시끄러븐 과리꽹 웃다리반 학생 최정은임... 덧글1 최정은 2139 8/16, 7:34 pm
649  혼자만의 휴가~~~~ 김관이 2197 8/13, 4:48 pm
648  캠프 홀릭 혹은.. 이미지 조민경 2109 8/13, 3:28 pm
647  내 마음이 맑으면 세상은 푸르게만 보이... 주재영 1951 8/10, 12:56 pm
 생애 최고의 휴가 덧글4 박복진 1852 8/09, 9:59 am
645  흥이있고 즐겁고 행복했던 2010년 여름캠... 덧글1 꼬마샘^^* 1892 8/08, 6:04 pm
644  이광수선생님글(대를 이은 민족음악) 2115 6/30, 3:29 pm
643  스승의 은혜 고맙습니다~~^^ 진솔유정 1782 5/15, 1:53 pm
642  인사올립니다 박복진 1903 4/30, 6:03 pm
641  환절기를 앓을 새도없이... 덧글2 2248 3/13, 3:06 pm
640  [세종문화회관]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 박소연 2007 2/16, 2:20 pm
639  안녕하세요? 장현주입니다. 장현주 2292 1/26, 5:13 am
638  2010년 상반기 신규단원(국악,양악) ... 세종국악단 1890 1/25, 11:22 pm
637  이번에도 많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강병혁 1927 1/24, 8:26 pm
636  안녕하세요^^ 정환욱 1758 1/18, 10:41 pm
Copyright 1999-2022 Zero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