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민족음악원

이영광악장님의 회심곡이 불러내주신 나의 사모곡 조회수 : 2,223, 2011-01-27 11:15:05
박복진 홈페이지홈페이지

여러 날 전
저는 충주의 풍물 공연장에 갔었습니다.

무대 앞 관람석 맨 앞줄에 앉아있었던 저는
그곳에서 이 영광 악장님의 회심곡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악장님의 회심곡이 저의 오래 전 글을 생각나게 했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민족 음악원 여러 선배 고수님들과 이 글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



사발시계의 새벽 자명종 소리를 듣고  침대 위에서 미끄러져 내려 와 휑하니 텅 빈
작은 방에 들어서서 달리기 복장을 갖추다말고 나는 지금 잠시 서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 제일 작은 이 방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방입니다. 그러기에 허드레
물건들을 여기 저기 편리할 데로 걸어놓고, 걸쳐놓고, 펼쳐 놓고 또는 바닥에 패대기
치듯 내깔겨 놓기도 합니다.  나는 나의  매일 새벽 달리기 나가는 복장을 이곳에
그냥 임시로 여기 저기 놓았다가 하나씩 그대로 꿰차고 나가곤 합니다.

그런데 지금 잠깐,  자동화 공장의 로봇 팔처럼 정확하게 움직이던 나의 동작에서,
달리기 옷을 꿰다말고 나를 멈추게 하는 것은, 우리 집에서 제일 작은 이 방이 갖고
있는 가슴 저린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깰세라 불을 밝히지 않고
가만가만 까치발로 옮겨 다니며 어둠 속에서 옷을 챙기다가 흠칫, 나는 발에 체이는
검정 쓰레기 봉다리 하나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방에서 말년을 보내셨던 엄마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수 년 전,
돌아가신 모친은 말년에 들어서 쇠퇴해진 기억력 때문에 당신의 셋째아들
인 나의 집에 머무실 때 잠시 잠깐의 단지 앞 외출에서도 곤란을 겪으셨나 봅니다.
돌아가신 엄마에게는 대 단위 아파트 523 동 205 호....  이렇듯 무정한 주소에 전혀
정이 가지 않았을 뿐더러 정을 주기도 싫었었나 봅니다.  자식들 다 출근하고 혼자서
뎅그라니 시멘트 정글 속 내 집 아파트에 남으셨던 모친은,  무료하고 심심해서 단지 내
쉼터나 노인정을 다녀오시곤 하셨는데, 시골에서 올라 오셨던 모친에게 단지 내 노인정
의 도시 노인들 고급 화제는 겉돌기만 할 뿐 도대체가 당신 사시던 시골 고향 마을의
이야기같이 살갑지가 않으셨나 봅니다. 그래서 두 시간을 못 넘기고 다시 집에 홀로
돌아오시곤, 그리고 나서 좀 있다가  또 다시 나가시곤 했었다 합니다.

느릿느릿 걸어서 굽으신 허리를 뒷짐 진 두 팔에 간신히 의지하시고
단지 내 아파트 숲 사이를 헤치며 걸어 돌아오시는 당신에게 더 큰 문제가 있었
다 합니다.  그 집이 그 집 같고, 그  출구가 그 출구 같고 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도대체가 너무 많이, 감당 못하게 헷갈리셨나봅니다.


그래서 꾀를 내신 게, 외출 하실 때 가만히 우리 집 아파트 현관문을 여시고서는 삘건
노끈 조각으로 꾸미를 만들어 꿴 아파트 열쇠 두 개를 주머니에서 꺼내시어 아파트 현관
윗 열쇠, 아래 보조 열쇠를 잠그시고 나가셨는데 이 때 집안에 굴러다니던 검정 쓰레기
비니루 봉다리를 가지고 나오셔서 현관 바깥문 고리 손잡이에 둘둘 말아 놓으시고
나가셨다가 당신만의 이 비표를 찾아 나중에 집을 찾아 돌아오시곤 하셨다 합니다.
아마도 이웃 계단을 몇 번이나 잘못 올라가셔서 다시 내려오신 후 일 것입니다.

이런 전후좌우 사정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이 못난 불효자식은 퇴근 하면서 자기 집
아파트 현관에 쓰레기 검정 비니루 봉다리를 낚아채면서 투덜거렸지요.  어느 누가 남의
아파트 현관문에 쓰레기봉투를 비틀어 매어 놓고 갔는지... 버르장머리 없는 몹쓸 아이들
짓들이라고 말이지요....

지금 내가 이 작은 방에서 목이 메는 이유는,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나의 목이 메여오는
이유는,  바로 내 발 앞에 놓인, 어제 수퍼에서 사온 우유 한 병을 담았던 검정 비니루
봉다리 하나가 살아 계실 적 엄마의 이 작은 방, 어둑어둑 어둠 속에서 구르고 있음을
발견해서 입니다.

헤일 수 없이 많은 나날 세계 방방곡곡을 나돌아 다니면서 제일 손쉽게
사가지고 와 친구, 친지, 직원, 아무에게나 나누어 주었던 각국의 각양각색 관광 기념열쇠
고리를 왜 엄마에게는 드리지 못하고 당신은 삘건 노끈 한 가닥으로 아파트 윗 열쇠,
아랫 열쇠를 꾸미 뀌어 가지고 다니시도록 했는지 입니다. 정말 엄마에게는 그래도 되는
줄 잘못 알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엉엉 울 정도로 가슴이 메여 오는 이유는,
엄마는 이제 더 연로하셔서 외출이 불가능해지자 당신 자식 출근길을 바라보고파
이 작은 방문을 삐꼼하게 열고 엉덩 걸음으로 거실까지 기어 나오셨을 때, 그 모습이
안 좋아 보여 엄마에게 출근한다고 말하지 않고 살그머니 그냥 나갔던 당신 자식의
무지와 불충, 불효 때문입니다.  

비록 온 세상천지 산지사방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당신 눈에만은 이 셋째가
얼마나 이쁘고 대견했던 자식인데, 동네방네 새마을 마이크로 얼마나 자랑하고픈
자식이었는데, 얼마 남지 않았던 이승에서 당신 자식 출근 모습 한 번 더 보려고 두
다리 다 굽고 휘어져 기력이 다 날아가 버린 육신으로, 죽 먹은 힘 다해 북북 엉덩이
걸음으로 기어 나오셔서 바라보고자 했던 자식의 출근 뒷모습인데 이를 감추고 보여
주지 않았던 용서되지  않을 나의 무지 때문입니다.

현관문을 밀어 열고 바깥 복도로 나갑니다.  
잡았던 현관문 문고리를 놓지 못합니다. 지금은
없으나 내 가슴 속에는 거기 그곳에 그 검정 비니루 봉다리가 비틀어 매어져 있음을
느낍니다.

어떻게, 어디로 해서 한강변 둔치 둑길까지 달려 나왔는지 그저 멍멍합니다.
강 건너 자동차 전용도로의 새벽 불빛이 한강에 거꾸로 박혀 있음이 저렇듯 서러움 되어
내 가슴을 메여 오는 줄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이 두 팔, 두 다리만
휘저으며 내젓다가 급기야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꺼이 ! 꺼이 !  울음을 터트리고서
힘없는 고개를 들어 새벽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한참을 그러다가 입술을 움직여 가만히 한마디를 뱉어 내어 봅니다.
돌아가시고 지금은 안 계신 나의 어머니를 불러봅니다.
아주, 아주  오랜만에 가만히 불러 봅니다.

“ 엄마 ! ”

오늘 새벽 뜀질은 이제 그만 접어야겠습니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전국의 모든 분들께 염치없는
이 한 말씀드리며 접어야겠습니다.

" 부모님 살아 계실 적에 잘해 드리세요..... "


춘포
박 복진
faab 마라톤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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